추야단상
「 추야단상(秋夜斷想) 」
당신은
이따끔씩
스산한 가을 밤에
뒷 동산 깊숙한 곳에 묻어둔
알밤 같은 사연을 서러이 접어두고
깊은 밤 고이 잠든 밤
한 떨기 떨어지는 낙엽 소리에
애련한 마음을 떨쳐 버리는
한 송이 흰 국화의 마음이라오
가을에는
약간은 양지 바른 언덕을 찾아서
고독과 낭만을 체험하고
제 짝을 찾아 울어애는 귀뚜리 소리는
하얀 가슴에
초연스레 피어나는 동심초
여리게 여리게만 성숙하려 드는
작은 회고의 추억들로
화려한 꽃 한 송이를 염원하기 보다는
작은 들꽃 하나에도 의미를 더하고
엷은 미소 하나에도 가슴에 불을 지필
예지있는 여인상을 희원하는 삶의 자리,
한가위 열이레 달은
가을 비 짙은 잿빛 구름이
별 빛에 어우름을 잠기운다.
지금은
밤도 아주 깊은 밤
가을을 재촉하는 비가
뒷 뜰을 적시울 제
아!
오늘도 되뇌이고 싶어라
옛 시인의 별 헤는 밤을......
「 '83.9.23일 밤에 」