산설경(散雪景)
「 산설경(散雪景) 」
잿빛 공간으로 부터 내리는
강한 욕망이 산화(散花)되며
촘촘히 베어드는 떨림을 따라
설레임의 포만함을 떨치우고
수 천년 이래 배설되는
상한 육체를 찔러 뭉게우는
애련한 결실의 아픔이 춤을 춘다.
태고로 부터 움츠려드는 지성을 숨기우고
자비에 흔들리는 시련을 챙겨
희끄므레한 동공을 포효하는
너의
무질서한 욕망을 희롱하며
한 줌에 움켜질 듯한 소망을 나래짓하고
냉한 가지에 메달리는 꼴이란
도리없이 너도 가소로운 존재로다.
한사리 두사리 엮어진 진실의 메듭을 풀며
나녀가 되지 못한 부끄러움으로
발동하는 욕정을 원망하며
한 겹의 바람에 자아를 숨기는
모진 시세움에
어지러운 감회가 혀끝에 닿는다.
「 '80.12월 초순 사무실에서 」