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 수(憂愁)
-최성동-
한잔의 술을 마시고...
영혼의 고독이 머무르는 자리에서다.
내 상한 육체를 찢어 뭉게우는
강한 향수에 마음이 비리다.
울 수도
그렇다고 웃을 수도 없는
부끄러운 체면에 얼굴만 붉어진다
떨어지는 술잔이 탁자에 부딪칠 때
선한 모습이 촛점만 아련하다
또 한잔의 술을 부으며...
세월의 윤회가 머무른 자리에 서다.
설움과 설움이 응고되어 맺혀진 곳
아픈 별리(別離)가 마음에 서럽다.
심히 부끄러운 내 정욕의 나신(裸身)은
충혈하는 눈망울에 원망만 그득하다
내 작은 가슴에 묻어둔 비애(悲哀)는
소리없는 호소로 눈물만 들축인다.
멀리 사라지는 정 때문에
뿌리치는 손길을 붙잡진 못하였다
지짐거리듯 떨어지는 장마비에
서러운 이별을 소리없이 씻으련다.
-십수년전 어느 여름날 술한잔에 취해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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