겨울밤의 독백
「 겨울밤의 독백 」
영아 !
언젠가 나도 모르게
가을의 영글음은 지나가고
수처녀 마냥
여리디 여린 눈동자로
문풍지 우는 문틈을 뚫고
나의 동심 속에 겨울밤은 찾아 왔습니다.
영아 !
반기지 않는 이부자리에서
당신의 환상을 그리며
행복한 추억을 되세길 때
냉정한 겨울의 추위는 잊을 수가 있습니다.
영아 !
지금은 가버린 추억입니다
전
당신에게서
조화와 일치를 배웠고
이성과 이지를 얻었습니다
가식된 생활의 이치도
진실도 소망도 함께 알았습니다.
영아 !
여물어진 생활 속에서
당신을 찾을려는 방황이
조심스럽게 허공을
맴돕니다
정녕
당신은
붉은 꽃이 되기를 원했고
아스라하니 퍼지는
당신의 입김 속에서
성스런 아낙의 체온을 맛 보았습니다.
꿈과 낭만이 점철된
촛점 잃은 동공 속에서
희뿌연 사고 속에 투영되는
허상을 찾아 퇴색된 이미지로
끝을 찾는 마음은
행여
기다려 집니다.
영아 !
참새 소리도 마물은
고요한 밤입니다
마음과 마음을 통해
느낄 수 있었 던
우리 또 다시
옛날의 그날을 창조해 봅시다.
「 '73.12.5일 지산동 자취방에서 」