榮蘭에게 드리는 詩
「 榮蘭에게 드리는 詩 」
하얀 이슬이 새벽바람을 따라
함초롱히 내려 앉는 초 가을 아침
예지에로 향한 강한 열망이
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포만함으로 떨치고
제 지나온 시련의 세월을 뒤로하며
새큼한 가을 햇살에 머무려 터지려는
빠알간 석류의 알알처럼
싱그런 가을의 아침을 맞는다.
진한 빛으로 억누르지 않고
마음에서 마음으로만 짐 재우던
내 작은 번민의 나래들이
고집스런 추억에 열중하여
회고의 빈 자리를 소리없이 채운다.
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
가을꽃 향기를 음미하는 정열은
풍성한 사고를 재촉하고
살풋이 떨어지는 가을 낙엽을 주어
머리 맡 책갈피에 끼워두고 싶어하는
아직도
그대는 앳된 소녀이길 바램하고
당신의 넓은 품에 잠시 앉아 스쳐가는
가을바람에도
소중한 삶의 의미를 부여한다.
머언 훗날
당신의 젊음이 세련할 때
지나온 생활에 잠긴 미소를 재우며
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옛인들을 찾아
인고의 바람에 흔들리지도 않고
조금은
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는
영원한 난향이 될지어라.
「 '88.9.1일 사무실에서 」